

삶을 향한 가식 없는 부딪침이며 존재의 치열한 추구라고 볼 수 있는 시. 상징과 은유라는 우회적인 방식에 의존할 때도 있지만, 시는 삶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방식으로 언어를 구사한다. 대상의 핵심을 향해 에둘러가지 않고 곧장 돌진하는 시라는 장르가 본질적으로 삶에 대한 치열한 추구를 표현한다. 이 책은 시의 고유한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시인 방훈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.

1965년 경기도에서 출생하였다.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하였으며 30대 중반부터는 출판사에서 근무하였으며 40대에는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하였다. 시 창작을 좋아하며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며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. 남한산성의 전원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쓰고 잡문을 쓰며 세상을 살고 있다.

결코 내 자신이 될 수는 없으리라
그대로 내버려두어라
떠나야 한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
세상에 지친 나는 절망조차도 버려 버렸다
꿈의 공장
그 역에 가고 싶다
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다
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
땅·물·불·바람 그리고… 나
이제 기차는 驛에 오지 않는다
울고 싶다면
그대, 울고 싶다면 마음껏 울어라
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더냐
올라가라, 일어서라, 피어나라, 살아나라
그 해의 추웠던 여름
12월, 나는 부끄럽다
한 때 너무도 많은 약속을 했었다
이제 이것으로 끝이리라
숲은 떠나가고 있다
너는 내 마음의 폭우가 되었다
그 길에 이정표를 하나 세우다
詩라는 게 뭔지
나의 가난한 년대(年代)를 돌아보며
그 때 알았다, 희망은 상처라는 사실을
그러다가 죽어버려라
어떤 봄날, 언덕을 오르다가
술 한잔하고 돌아오는 날에는
우리가 꿈꾸었던 그 순수(純粹)의 시절은
자유로에서
겨울, 마지막 언덕을 오르며
우리들의 꿈들을 선적한 채 돌아오지 않았다
나
아비의 부서져 내린 生의 기록 속에서
이웃집의 무명 시인을 위하여
방훈의 청춘시편
개 같은 내 인생
서울역에서
다시는 날지 못하리
잊어버릴 수만 있다면
버스를 기다리며
새는 내 가슴으로 날아온다
그 봄, 지는 꽃을 슬퍼하여